[다시 간다]안전 규정도 없이…‘집라인’ 우후죽순

2021-11-16 1



지난주 평창에서 집트랙을 타던 30대 여성이 숨지는 등, 관광지에 설치된 이런 놀이 시설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놀이기구보다 위험해보이지만, 안전 기준도 제대로 없다는데요.

다시 간다, 우현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탑승객들이 바람을 가르며, 빠른 속도로 내려갑니다.

그러다 1분도 채 안 돼 도르래가 멈춰 섰습니다.

[현장음]
"어? 어? 기다려야 하네."

60m 높이에서 오도가도 못하게 된 탑승객은 잔뜩 겁에 질렸습니다.

[현장음]
"119 좀 부르면 안 되나? 미치겠다. 공황이 온다…"

안전요원이 도착하는 데는 1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국내 최장인 길이 3.2km, 경남 함양의 집라인 시설에서 멈춤 사고가 발생한 건 지난 6월입니다.

[집라인 사고 피해자]
"대비책이 없었던거죠. 제 친구는 (앞으로) 절대 안탄다고 하더라고요"

탑승 무게가 130kg으로 제한돼 있었는데, 남성 2명이 함께 타 무게 제한을 넘기면서 오작동 한 겁니다.

"지난 6월 집라인 멈춤 사고가 있었던 경남 함양의 관광휴양시설입니다. 지금은 어떤 안전조치가 이뤄졌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문제가 됐던 도르래는 탑승자 무게의 3배까지 견딜 수 있는 것으로 교체됐습니다.

[김영수 / 경남 함양군 관계자]
"L자 도르래, S, M 3가지로 나눠집니다. (차이가 무엇인가요?) 감속 차이입니다. 속도를 많이 줄이고, 이건 덜 줄이고"

사고 당시엔 구조 요원이 직접 케이블로 올라갔지만, 현재는 기계가 접근해 조치하는 방식으로 변경됐습니다.

[김영수 / 경남 함양군 관계자]
"당시에는 이런 장비가 미흡해서 인력으로 가서 구해오는 방법이었는데… 사람이 출동하는 시대는 아닙니다."

하지만, 집라인 시설의 안전 시설은 업체마다 제각각입니다.

현행법상, 지정된 놀이기구가 아니어서 안전시설 설치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다보니, 정부나 지자체에서 규제할 방법이 없습니다.

[송창영 / 광주대 건축공학과 교수]
"축구를 하려면 축구 룰이 있어야 되는 것처럼, 관련된 법이나 매뉴얼이 있어야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감독을 하는데…"

집라인과 유사한 집트랙와 집코스터도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집라인은 와이어를, 집트랙이나 집코스터는 철제 레일을 타고 내려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주 평창에선, 집트랙을 타고 빠르게 내려오던 30대 여성이 5m 높이에서 추락해 숨진 것을 비롯해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남 여수 집코스터 시설에선 탑승객이 하강하던 도중 갑자기 멈추는 사고가 지난달에만 2차례 발생했습니다.

탑승객들은 30분 넘는 시간을 8m 높이의 허공에 매달려 있어야 했습니다.

사고 한달만에 찾은 전남 여수의 집코스터 시설은 여전히 정상 운영중이었습니다.

상하 좌우로 요동치는 스릴을 주는 것이 특징인데, 취재진이 직접 타본 결과, 빠른 속도로 내려가다가 갑가지 멈춰섰습니다.

[현장음]
"멈췄다! 멈췄다!"

탑승한 채로 몸을 앞뒤로 움직이며 20여 초간 안간힘을 쓰자 도르래는 다시 움직였습니다.

[전남 여수 ○○관광휴양시설 관계자]
"멈춘 곳이 살짝 경사가 일직선인데… 바람이 맞바람이 쳐버리면 저희가 당겨도 안갈 수가 있어요. (다음은) 세게 밀어봐야지"

건물 24층 높이에서 하강하는 인근의 또다른 집라인 시설.

안전요원은 헬멧이나 로프 같은 안전장치를 갖추지 않았습니다.

[김의수 / 한국교통대 안전공학과 교수]
"시설 사용법도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안전요원에 대한 교육, 자격, 훈련 등에 관한 전반적인 세부지침 마련이 시급합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1년에 한번 50곳 정도를 '표본조사'하고는 있지만, 전국에 집라인이나 집코스터가 몇곳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4년간의 표본조사에서 '이용 제한' 또는 '수리 필요' 권고를 받은 곳이 67% 나 됐습니다.

관련법은 계속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전 규정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다시 간다' 우현기입니다.

PD : 윤순용
AD : 권용석
작가 : 박정민
자료출처 : 김도읍 의원실


우현기 기자 w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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